약을(여성호르몬제재) 잔뜩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주사제와 질정(프로기스테론 제재)을 시작하고 나선 배가 더 부풀어오고 있다. 최근에 지하철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. 나는 더위에 헐렁한 린넨원피스를 입고 가방(약간 기저귀 가방처럼 생기긴 했다)을 메고 서있었다. 조금 뒤 알아보기 쉽지 않은 초기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방송이 나왔다. 흔히 나오는 그 안내. 안내말이 끝나고 나서 내 대각선에 앉아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일어나시더니 내 팔을 조심스럽게 건드리시며 턱짓으로 빈자리를 가르키셨다. 앉으라는- 뜻이었다. 뜻 밖의 고마운 마음이 건내진건데 그 순간의 내 감정은 수치심이었다. (임신하지도 않은) 배가 그렇게 나와보이는지, 많이 피곤해보이는건지. 갑자기 배려받아야하는 대상이 된 것에 대한 당혹감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