Aelia 2016. 1. 13. 15:27

#. 작년 어느 순간(아마 여름이었던 것 같다. 초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점)부터

뭔가 느끼기가 어려워졌다.


빌어먹을 엄마가 그러는 것처럼, 아무렇지 않은 척-

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무덤덤해졌다.


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면서는 아주 기본적인 생활조차 되지 않으니까

그런 '척'한다.


대화 분석을 해보고 나서 알게 되었다.

난 늘 high한 상태로 거의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었다.

그게 마치 일상인 것처럼.


참담하고 끔찍했다. 

아니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.

내 꼴이 이렇구나. 

내 현실이 이렇구나, 내 처지가, 내 상황이.


정말 high한 적은 드물었는데-

즐거움을 느끼는 척 했던. 분석은 한달치를 받았지만

사실을 몇 달은 그랬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다.



#. 상대방이 어떻든 난 아무렇지 않은 척.

이건 사실 상대를 무시하는게 아닐 까 싶다.


어떤 상황에서나 상냥하고 침착한 사람은 자의식 과잉이라고 하는데

얼마 전에 본 에브리 띵 윌 비 파인의 주인공이 그랬다.


충격적인 사고가 나도 침착하게 수습하는.


사실 X도 상관없다는 태도나 마찬가지다.


나는 '기능'하고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는

차라리 기능하지 못하는게 주변에는 더 편하지 않을까.


"저 사람은 데미지를 입었어"

(가엾게도)




#. 데미지를 입었지만

삶은 계속되어야만 하고

그래서 기능해야한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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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. 언젠간 뭔가를 느끼게 되기를.

처음으로 만져봤던 강아지의 따뜻한 발바닥처럼.

겨울비에 젖은 양말처럼